삶의 조언

한국 기업이 경쟁에서 지는 이유

achivenKakao 2005. 4. 15. 15:22
한국 기업이 경쟁에서 지는 이유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 내노라 하는 엘리트 기업들, 내심으로는 잘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이미 경쟁력을 잃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기업정신이다. 한.일 벤처 사장들의 모임이 있었다. 양국에서 각기 10명씩의 벤처 사업가가 번갈아 나가 10분간씩 경험을 발표했다. 한국 벤처인과 일본 벤처인 사이에 선이 그어졌다.

한국인들은 자산규모와 기술을 자랑했다. 하지만 일본 벤처인들은 자신들의 실패 사례를 말했다. 돈을 벌어보려고 했을 때 실패했고, 창의력으로 일하며 일에 행복을 느낄 때 성공했다는 결론을 말해주었다.

창조 행위 자체가 인생의 행복이며, 행복을 느끼는 동안 돈이 스스로 불어났다고 말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 창조력이 깨지기 때문에 기업이 돈을 벌어들이고 있을 때 돈 한푼 받지 않고 남에게 주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벤처 정신이란 물질적 귀족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정신적 귀족이기를 추구하는 것이라 했다. "돈을 추구하지 말고 개선을 추구하라, 개선이 되면 돈은 자연적으로 따르게 돼 있다". 소니의 신화를 창조한 아키오 모리타씨의 말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벤처 정서는 골드 러시였다. 왕창 벌어 보자는 것이다. 일본사람들이 "이윤 추구" 마인드 자체가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토로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서도 한국 벤처인들은 몇 년 후에 얼마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식의 발표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 사례만 봐도 일본인과의 게임은 이미 끝난 듯 하다.

둘째는 기업문화다. 기업마다 늘 개선을 모색하지만 개선보다는 개악이 더 많다. 기업 간부들이 만들어 내는 개선안에는 언제나 더 많은 감시와 통제 수단이 들어 있다. 우리에게는 이상하리만큼 통제 마인드가 잠재해 있다.

피지배 입장에 있을 때에는 통제 받기를 꺼려하다가도 일단 지배하는 입장에 서게 되면 더 많은 감시와 통제를 하고싶어 한다. 이는 심각한 한국병(Social Pathology)이다.

"감시와 통제" 마인드가 지배하는 사회는 Theory-X 사회다. 사람은 선천적으로 게으르고 악하기 때문에 감시하고 통제하면서 당근과 채찍으로 다뤄야 한다는 1940년대의 경영철학이다. 이러한 통제 문화권에서는 절대로 창의력과 진취성이 생기지 않는다. 경쟁력은 창의력이며, 창의력은 자유 속에서만 자란다.

자유를 주고 그 대신 물질적 동기유발이 아니라 자아실현 동기를 유발시켜야 한다. 얼마를 벌었느냐보다는 얼마나 훌륭한 개선을 했느냐에 대한 공개경쟁이 핵심역량을 기르는 데 특효약이라고 본다.

셋째는 일하는 방법이다. 건축에도 설계가 좋아야 하듯이 일에도 설계가 좋아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 간부들은 일을 설계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서둘러 움직이기부터 하지만 시행착오가 생겨 많은 비용을 유발한다.

외국에 나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외국 건설 업체와 한국 건설 업체가 나란히 같은 규모의 건물을 지었다. 한국인들은 수주 다음날부터 인부를 투입하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외국업체는 두 달이 가도 사람 하나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시행착오를 범하고 있는 동안 외국인들은 일을 설계했다. 늦게 인부를 투입했지만 한국인보다 12개월 중 두 달이나 일찍 일을 끝냈다.

한국인들은 12개월간 인부를 투입하고 때로는 놀리면서 일당을 주었지만 외국인들은 계획적으로 일해서 8개월만 인부를 고용했다. 공기와 원가에 게임이 되지 않았다.

과제 전체에 대한 분석을 하고, 해야 할 일에 대한 우선순위와 업무 스펙을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많은 이들의 지혜도 동원돼야 한다. 그런데 한국 간부들은 이렇게 중요한 일을 생략한다.

간부의 대략적인 염두판단에 따라 일을 처음부터 쪼개준다. 일에 대한 전체적인 설계 없이 조작 조각 일을 하니까 구멍이 나고 조각들이 서로 어긋난다. 책임 관리자는 QC가 가해지지 않은 조각들을 조합하기만 한다.

이런 식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면 누구의 눈에나 명백해 보이는 불량품일 것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관리 상태는 하드웨어 제품처럼 누구의 눈에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사이에 기업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지금, 새 건물을 짓기보다는 헌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부사장급 간부가 작업복에 랜턴을 들고, 녹음기를 가슴에 달고, 목소리로 메모해가면서 스스로 천장 속을 관찰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일을 말단 직원에게 시킨다.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국 간부는 권위주의에 물들어 토의를 방해하고, 경험이라는 고정관념을 내세워 새로운 아이디어를 억압하며, 앉아서 쓸 데 없는 지시를 많이 내린다. 사원들이 일은 많이 하는데 일 한만큼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넷째는 팀-파워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리엔지니어링이 바람이 "팀"제를 확산시켰다. 팀제가 매우 효과적이라는 선진국의 경험과 사례가 마이클 해머의 "corporate re-engineering"이라는 책에 소개돼 있다.

이 책은 시스템공학자에 의해 쓰여졌지만 한국 출판사가 엉뚱한 사람들에게 번역을 시켜 원 저자의 뜻이 상당히 왜곡됐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너도나도 팀제를 채택한다며 팀장을 양산했지만 이는 과장이나 부장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에 불과했다.

조직은 그대로 두고 무늬만 팀제로 바꿨다. 선진국이 설정해놓은 개념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식으로 팀제를 운영했다. 선진국의 1개 팀에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팀에는 같은 기능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 있다.

건축 기능인끼리 모인 조직, 기계 기능인끼리 모인 조직을 종전에는 課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팀으로 부르고 있을 뿐이다. 이는 마이클 해머가 제시한 팀제와는 거리가 있다.

여러 기능 인력을 동시에 한 곳에 투입하여 토의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화학적 에너지를 내자는 게 서구식 운영 방법이다. 프로젝트 내용이 코끼리를 그리는 것이라면 선진국 1개 팀은 코끼리 한 마리를 완성하지만 한국의 1개 팀은 코끼리의 좌측 뒷다리 하나를 완성할 뿐이다. 여러 팀의 산물을 모아야 코끼리가 완성되고, 이를 위해서는 소위 system integrator라는 상위 통제자가 있어야 했다.

팀제의 장점은 세 가지다. 하나는 팀 파워를 낼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사한 팀을 여러 개 만들어 경쟁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실명제로 단일 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대해 두 사람 이상에게 공동으로 책임이 있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말이 된다.

다섯째, 토의를 통해서 창의력을 내는 방법을 모른다. 팀을 구성한다고 해서 저절로 창의력이 생기는 게 아니다. 토의하는 방법이 좋아야 한다. 여기에 바로 시스템 개념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자유 분위기를 조성해서 얼마든지 말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토의의 생산성이 있는 게 아니다. 여기에야말로 전문가의 클리닉이 필요하다. 일본 기업의 토의는 통계학적 품질관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가오루 이시가와 박사의 지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시스템 이란?



"시스템이란 두 개 이상의 객체가 연합하여 객체 상호간의 논리적 연관성을 가지고 특정 목적을 수행하는 유기체다.

우리 사회에서 발견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시스템은 "순번대기번호표 시스템"이다. 과거 수십년간 은행 객장에는 질서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10년전에 "순번대기번호표"시스템이 등장했다. 그 간단한 시스템이 등장하자 수십년간의 무질서가 순간적으로 치료됐다. 은행에 보이지 않는 손이 설치된 것이다.

그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스템 하나 설치하면 될 것을 가지고 우리는 과거 수십년간 애꿎은 국민의식만 탓했다. 지금와서 보면 과거의 무질서함은 의식탓이 아니라 시스템 탓이었다. 의식은 시스템의 산물이다.

의식을 훌륭하게 가꾸고 싶으면 의식이 그렇게 가꿔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는 이래라 저래하고 지시하는 "보이는 손"이 없다. 질서가 유지될 수 밖에 없도록 돼 있다. 시스템이란 "그렇게 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출처 : 시스템경영과 발상의전환

http://cafe.daum.net/syste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