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하루

[펌]  

achivenKakao 2005. 9. 13. 00:48

니 흔적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아니? 너와 너_ 그래 너희 둘 다. 그건 정말 오랜만에 설렘이었는데. 좋았어. 기분이 좋았다. 새로운 뭔가가.. 다시.. 내겐 새로운 뭔가가 필요했던 거야. 끝_

우리가 서로를 기쁘게 한 적이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해. 욕심은 가진 적 없었다_라고 말해요. 욕심. 그게 욕심이었을까. 나 역시 절실한 게 없었어요. 지금도_ 잘 몰라. 큰 사고를 당한 후에 머리 속 어딘가에서 희망이란 녀석이 쏙 자리를 비웠거든요. 그리고 몇 달이 지났고. 가을이 오기 전에 먼저 가을을 기다리고 서. 있었을 뿐인데_ 욕심은 아녜요. 내게 희망이란 단어가 목숨만큼 소중했기때문였어. 그건 기쁨이기도하고 슬픔이기도해. 그게 필요했고 기다렸을 뿐이야. 그저 어리고 모든 게 아직은 당신보다 덜 두려운 까닭이야. 그 뿐야. _하지만 엊그제 나보다도 더 어린 착한 애인의 안부 한 줄에 나는 이제까지의 당신과의 얘기들이 화석처럼 느껴졌어요. 내 멋대로의 착각을 용서하세요.

'당신의 마음이 불쌍해. 그런 마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 자신도 되줄 수 없을 거예요. 결국 외롭겠죠. 그 댓가야. 화석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다 진심을 헛소리로 집어 삼켜버린 거만함에 있는거죠'  다시는 움직이지 못할 거예요. 그 벌레소리들처럼. 안녕_

 

 

작년 여름 나는 장수풍뎅이 한 쌍을 샀었다. 비가 오던 날, 나는 애인과 나란히 누워있었다. 투명한 아크릴 박스 속 두 놈은 교미를 할 적마다 온 몸을 부딪치면서 귀찮은 소리를 냈다. 비가 그칠 생각을 않네. 일어나 창문에 턱을 괴고 섰다. 한 달 정도는 큰 창이 무색할 정도로 빛이 들지 않는 방에서 살았던 터라 날이 저물고 새벽이 오는 지도 잘 몰랐다. 비는 어느덧 그쳤고 4시를 넘기고 있었다.

새벽. 빗소리는 녀석들의 짓이었다. 화려한 다리로 벽을 긁는 소리였다. 나는 그 때, 녀석들의 사진을 꽤 많이 찍었는데_ 보고 싶다.

 

 

가을이 오기 전, 녀석들은 다 죽었다. 나는 아크릴 박스를 들고 길 가로 나왔다. 서서히 물들어가는 퇴색한 플라타너스 밑에 녀석과 녀석들의 자리를 쏟아 부었다. 이제야 벽없는 곳에서 조용히 잘 수 있겠구나. 그 후 그 길로는 다니지 않았다. 애인이 애인이 아닌 게 되면서 그 장수풍뎅이 한 쌍도 같이 묻혔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플라타너스 가지에 마지막 잎이 떨어지면서 함박눈이 내리던 날, 나는 새 사랑을 만나게 되었고 여름날의 장수풍뎅이가 들려주던 그 빗소리를 듣게 되었지. 너는 그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니? 내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그 소리를 자신도 들었다고 말해줄 사람이야. 설사 듣지 못했다 하더라고 들었다고 내게 말해주는 그런 사람이야. 굿나잇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