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하루

3 D기피 현상...젊은이들 탓만 할게 아니다.

achivenKakao 2005. 11. 25. 00:41

예전 " 3 D "라는 말이 유행을 했었죠. ^^
제조업·광업·건축업 등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위험한(Dangerous) 직업 분야의 산업을 뜻하는....
그래서 기성 세대분들은 " 요즘 젊은 것들은 고생을 몰라.." 라고들 자주 말씀 하셨죠.
얼마전 공고 3학년생이 승강기 점검작업 도중 추락사했다고 하네요.
그 아이의 첫 월급은 35만원, 그나마 사망 전 월급은 80만원...(토, 일도 출근)
요즘 어중간한 아르바이트도 100만원은 받는다던데...ㅡㅡ;
씁쓸합니다. 저도 공고 출신입니다. (제가 여자라고 생각하셨던 분들...^^ 저 남자입니다. )
저도 고 3때 " 취업 "이란 걸 나갔습니다. 제가 나간 곳은 버스회사...
정비사 막내로 온갖 궂은 일은 제가 해야 했죠. 비가 억수로 오는 날에도 버스 밑으로 들어가 일을 했습니다.
버스 타이어 들어 보셨나요? 왠간한 어른도 들기 힘들죠...
그걸 쌓는 날이면 허리가 엄청 아픕니다.

" 젊은 놈이..그게 뭐가 힘들어..."

글쎄요....젊다고 무적은 아닌데...ㅡㅡa 더군다나 허리는 남자로서 중요한 부위고....
그때 저의 첫 월급은 60만원...그나마 40만원이었는데, 사장님이 어린 놈이 하루도 안 빠지고 출근한게 대견하다며 더 주셨죠.
지금도 정비 분야의 환경(다른 곳도 마찬가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무조건 힘들다고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늘 위험한 일을 하고, 남들보다는 힘든 일을 해도, 또한 그 런 분야의 업무가 절대로 무식한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차에 대해 알아야 하며, 사람의 목숨도 앗아 갈 수 있는 물건이므로, 매우 신경을 써야 하는 기술이죠.
그런데도 3 D 분야의 봉급은 최하 수준입니다.
그럼 과연 젊은이들이 그 분야로 가려고 할까요? 직업에 귀천은 없다지만, 엄연히 귀천은 존재합니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도 변한다죠? 이제 배고프며, 학교도 못 다녀 기술을 배우러 다니는 시대는 갔습니다. 적어도 고등학교 과정까지는 다 마친, 기본 지식은 갖춘 자들입니다.
경험과 기술 전수가 목적이니, 일반 직원만큼의 봉급까진 아니더라도, 80%수준의 봉급은 주어야죠.

또한 그들에 대한 안전 대책도 없습니다. 간단한 작업시 자키(떠올리는 장치)
만 놓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번은 작업 도중, 장비가 노후했는지, 밀리는 바람에 떠 올렸던 버스의 바퀴 부분이 주저 앉았죠. 밑에는 제가 있었고...
순간 기술이고, 돈이고 다 싫어지더군요.
" 그 잘나빠진 돈 몇십 받으려고 이 짓하다가 내가 먼저 죽을 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그날 바로 관뒀습니다.
제가 공고를 선택한 이유는 대학을 쉽게 가고자 해서가 아니였습니다.
나름대로 기술적인 분야에 꿈이 있었으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더군요.
그 뒤, 남들보다 배는 공부를 해야했고, 잠도 하루 4시간만 잤죠. 대학도 가고,
회사도 들어가고...

요즘 청년 실업, 청년실업 하는데, 구인광고지나 사이트에 가보면 제조, 출판, 정비등의 업종에는 사람을 못 구해 안달입니다.
그럼 사람들은 그러죠.

" 아니...실업자가 많다던데..일자리가 이렇게나 많은데....암튼 젊은 것들은
안돼..."

그냥 무조건 힘들어서 싫어 한다면야 문제겠지만, 과거에 비해 전혀 달라지지 않은 환경과 급여로 그 고생을 하라고 한다면...
과연 그 길로 들어설 사람 얼마나 될까요? 차라리 공부를 다시 할겁니다.
아직도 많은 중소 또는 5인 미만의 영세업종에서는 말도 안되는 복지에, 현실성 없는 급여로 인력을 구합니다.

" 자네는 이쪽 경험도 없고, 초보니, 급여는 이정도이고.."

그러나 막상 일을 살펴보면 그다지 기술적이지도, 그다지 어렵지도 않습니다.
진짜 마음 먹고 하루~ 3일정도면 다 배울 수 있죠. 문제는 숙련도겟지만...

그 공고 3학년 학생의 기사를 보고, 두서없이 썼네요.^^
얼굴도 모르는 아이지만, 자신의 길에 최선을 다하다가 갔기에, 애도의 뜻을 보냅니다.
중소기업과 영세업체에서는 무조건 사람의 자질만 탓할게 아니라 먼저 일할 여건을 만들어 놓고, 탓을 해도 하시길 바랍니다.
기성세대분들의 성장기와 요즘의 시대는 다르다는 사실도 아셨으면 합니다.
그 때에는 정말 조금만 특출나도 돈을 벌 수 있었고, 다 같이 가난했기에, 열정만으로도 이룰 수 잇었지만,지금의 시대에서는 열정만으로 다 되지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기성세대들의 사고도 좀 달라지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노시는 백수분들....노시느라 힘드시죠? 눈치도 보이고...
그래도 희망을 갖고, 공부 또는 하시고자 하는 분야에 정진하시다 보면 꼭 좋은 결과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감기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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