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연 수익 10%는 환상일 뿐이다.

achivenKakao 2008. 3. 3. 22:08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3일 주요 언론이 버핏이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의 내용을 비중 있게 소개하고 있다.

버핏은 "잔치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버핏은 "'신이시여, 한번만 더 거품을 만들어주세요'라는 문구가 한때 자동차 범퍼에 붙었던 것을 기억하느냐"면서 "불행하게도 이런 소원은 이뤄졌고 미국인들은 주택 가격이 영원히 오를 것으로 믿었다"고 지적했다. 버핏은 "우리는 지금 그 잘못된 믿음이 불러온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Our country is experiencing widespread pain because of that erroneous belief)"고 털어놓았다.

버핏은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금융회사들의 바보짓이 드러났다"면서 "썰물이 빠져나가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을 했는지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You only learn who has been swimming naked when the tide goes out)"라고 비꼬았다.

버핏의 거침 없는 경고는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마지막 남은 희망을 무참히 꺾었다. 버핏은 "만약 주식투자로 연 10%의 수익을 얻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2100년까지 다우지수가 2400만까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핏은 "만약 이런 수익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여왕의 직계후손일 것"이라며 "그들은 당신의 머리에 환상을 집어넣으면서 주머니로는 수수료를 챙긴다는 것을 명심하라(Beware the glib helper who fills your head with fantasies while he fills his pockets with fees)"고 경고했다.

버핏의 경고는 새삼스럽게 주식 시장의 거품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한다. 주식 투자자들은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한다. 주가 하락의 위험을 감당하는 만큼 기대 수익도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버핏의 지적처럼 연 10%씩 10년이면 259.4%, 20년이면 672.8%, 30년이면 1744.9%가 된다. 만약 100년이면 무려 137만8061.2%가 된다. 1만2천 수준인 다우지수가 2400만까지 오를 거라는 계산은결코 허황된 가정이 아니다.

같은 계산을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코스피 지수는 1711.62다. 만약 종합주가지수가 연 10%씩 오른다면 내년 이맘 때는 1882.78이 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물러나는 5년 뒤에는 2756.58, 10년 뒤에는 4439.50이 된다. 2100년이면 1100만3589.67이 된다. 이런 주가를 상상할 수 있는가. 같은 계산으로 지난달 말 기준 655.94인 코스닥 지수는 2100년이면 421만6879.10이 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늘 반등을 이야기한다. 주가는 하루 아침에도 많게는 15%씩 등락을 거듭하고 잘만 갈아타면 하루에도 10% 이상의 수익을 거뜬히 올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언론도 그런 막연한 믿음을 뒷받침한다. 그래서 주가가 빠질 때는 미국이나 중국 탓을 하고 오를 때는 디커플링(차별화)를 이야기한다. 10% 수익도 엄청난데 시장은 늘 그 이상을 기대한다.

버핏처럼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10%의 수익률도 과분한 것이라고, 기대 수익률을 낮게 잡고 좀 더 확실한 것을 좇으라고 말할 수 있는 냉정한 전문가가 왜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일까. 국내 언론이 버핏의 경고를 전달하는 방식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버핏의 경고는 과연 미국 주식시장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

출처 :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102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