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하루

머슴과 주인정신

achivenKakao 2009. 8. 11. 00:05
머슴들은 열심히 일했다.

어릴 적 기억 속에서의 이들은 대부분 그랬다. 농촌이 고향인 필자는 어렸을 때 머슴을 부리는 집들을 봐 왔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집에도 머슴이 둘 있었다.

머슴들은 새벽녘부터 해가 질 때까지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머슴을 부리는 주인보다는 못했다. 머슴들은 하루하루 주어진 일만 열심히 했다. 주인은 일을 시키기 위해 머슴보다 먼저 일어났고 하루 일의 마지막은 언제나 주인이 마무리했다. 주인은 머슴들에게 줄 밥과 반찬을 자신의 것보다 더욱 신경 썼다. 일의 방법과 양을 알려주는 것도 언제나 주인의 몫이었다.

돌이켜보면 이 머슴에 대한 기억은 이후 필자가 살아가는 데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삶의 관점을 바꾸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주인과 머슴의 차이는 중요한 일에서 더욱 명확히 구분됐다. 큰비가 오면 머슴은 물꼬를 트고 논의 물을 빼는 데 전전긍긍했다. 주인은 비가 오기 전부터 노심초사했다. 한 해 농사를 망치면 머슴은 자신의 1년만 걱정하면 되지만 주인은 자신과 머슴의 한 해 살림과 내년 농사까지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때 필자는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머슴은 머슴이기 때문에 시키는 일만 하는 소극적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주인정신'을 책이 아니라 농촌생활에서 배운 것이다.

머슴은 없지만 머슴 같은 사람은 요즘도 많이 있다. '머슴처럼 일만 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관점으로는 머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주인의 시각은 스스로 '주인'이라는 생각이 없으면 갖지 못한다. 책임감이니 리더십이니 하는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CEO의 덕목은 공부해서 얻는 게 아니다. 주인이 되면 저절로 생기게 되는 것이다. 공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주인의식을 갖게 되면 '친절' '봉사'를 넘어 창의력과 솔선수범, 목표의식과 책임감 등의 덕목까지 갖출 수 있다.

모두 주인이 되기를 원한다. 머슴처럼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인이 되려면 주인의 관점을 갖는 게 중요하다. '주인정신'이라는 말은 책이나 구호 속에 죽어 있으면 안 된다. 가슴속에 살아 있는, 그래서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는 실천하는 덕목이 돼야 한다.


출처 : http://cn.moneta.co.kr/Service/estech/ShellView.asp?ArticleID=2009080715042302636&LinkID=470&NewsSetID=5152&wlog_est_r=r_a&wlog_com_r=TDAY_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