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하루

비밀

achivenKakao 2009. 8. 11. 00:08


- 비밀 -


   저는 오늘 살다가 내일 죽을 사람입니다.

   그런데 슬픔과 아쉬움 보다는 후련한 생각이 듭니다.

 

   모은 돈이 많지는 않지만 있는 돈 다 털어서

   어려울 때 도와준 친구에게 줘버렸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방청소도 열심히 했습니다.

   싱크대며 화장실 변기며 아주 광이 납니다.

 

   내 땅이 없어 사과나무는 못 심고

   꽃집에 들러 예쁜 꽃을 사서 책상 위에 두었습니다.

   사람이 없어도 내 방에 향기가 나도록 말입니다.

 

   퇴근길에 직장 동료들과 거하게 술도 한 잔 했습니다.

   물론 계산은 제가 했습니다.

   내가 죽으면 내 이름 석 자에 침을 뱉을 사람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고 보니 몇 몇이 떠오릅니다.

   전화는 못했지만 마음으로 용서를 구해봅니다.

 

   살면서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집착이었습니다.

   아주 조그마한 것에 연연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하루만큼은 소심하게 살지 않아 그래도 다행입니다.


                                 - 최인구님, '비밀' 에서 -



이 글을 읽을 수 있게 해주신 김보성 지도 선배님에게 감사의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