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한 권에 '삼백원'
문학을 하는 벗들에게 ‘왜 하필 문학이라는 걸 하느냐’고 물어보면, 열 명 중 아홉 명 정도는 이렇게 말한다. “문학은 다른 무엇을 탄압하지 않는다”고. 나 역시 그렇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문학 중에서도 ‘리얼리즘’의 진정한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사실적 묘사일까, 아니면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섬세한 붓터치일까. 나는 리얼리즘의 힘은 ‘타자에 대한 긍정’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밥 함민복이라는 시인이 있다. 그의 시들은 대체로 슬프다. 읽고 나면 눈물이 절로 흐르는 시들을 아주 잘 쓰는 몇 안되는 ‘시쟁이’ 중의 한 명이다. 그러나 함민복의 시편들이 가지고 있는 ‘슬픔의 미학’의 근저에는 바로 ‘긍정’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시들은 우리네 서민들의 팍팍한 삶들을 조명하고 있지만, 결코..